카테고리 없음2009. 9. 4. 01:46


집에 왔다.
어느샌가 내가 지금 앉아있는 이 곳을 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. 6년동안 한국을 떠나 살면서 내 집이라고 부른 곳이 없었는데, 이곳은 9개월 밖에 살지 않았어도 집이라고 부른다. 아마도 호스트 패밀리와 기숙사는 내 방이 있더라도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지만 이곳은 현관부터 내 방까지 부엌, 화장실, 욕조, 침대 다 내 것 이라서 그럴 것이다.

어딘가에 돌아갈 곳이 있다는건 참 좋은 느낌이다.
나는 복도 많다. 한국에도 미국에도 핀란드에도, 집이라고 부르며 돌아갈 곳들이 있으니까.
익숙한 곳에 머물 공간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집이 아닐까 싶다.

유럽을 떠나기 며칠 전 부터 집에 간다고 매우 들떠있었다.
이렇게 오레곤으로 돌아오는게 좋기는 정말 처음인것 같았다.
항상 여름 끝자락에는 한국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학교가 다시 시작한다는 불안감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, 이번은 다르다. 집 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. 집에 오면 20시간을 연속으로 자야지!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, 역시나 매년 시차 적응 하기가 점점 힘겨워 지고 있다.

이제 1주일 후면 다시 다른 곳으로 내 집 이라고 부르는 곳을 옮겨야 한다.
그 전까지는 은둔하며 짐이나 싸고 청소나 해야 할 것 같다.
또 다른 한 해를 차분히 시작하려니 기분이 좋다.




Posted by hellow.mellow